잭 페럿 플레이드 CEO "나는 핀테크 산업의 배관공"…24세에 창업한 SW전문가

입력 2020-01-30 15:49   수정 2020-01-30 15:51


“우리는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의 배관공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한다.”

잭 페럿 플레이드 최고경영자(CEO)는 플레이드의 사업 모델을 이렇게 묘사하곤 한다. 세계 최대 신용카드업체 비자는 지난 13일 핀테크업체 플레이드를 53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 출범한 직원 400여 명의 회사에 이렇게 큰 금액을 투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알 켈리 비자 회장은 “플레이드 인수를 통해 비자가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중장기 성장 발판을 굳게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세에 창업…약력에서 나이 빼기도

페럿은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플레이드를 창업했다. 8년이 지난 올해 그의 나이는 32세다. 그는 듀크대 물리학부에서 광학현미경을 조종하는 소프트웨어를 전공했다.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1년여 동안 근무하다 같이 일하던 윌리엄 하키(30)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24세(페럿), 22세(하키)였던 그들은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점이 사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약력에서 나이를 빼기도 했다.

페럿과 하키는 베인에서 금융업 관련 컨설팅을 하다가 플레이드의 사업 아이템을 발굴했다. 그들의 콘셉트는 간단했다. ‘누구나 쉽게 돈거래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페럿은 “플레이드의 미션은 금융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 시스템에 접근하는 통로를 개설해 어떤 분야에서든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드의 사업 아이템은 ‘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라는 기술이자 서비스다. API는 넓은 의미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앱)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플레이드의 API는 금융부문에서 여러 핀테크 앱과 은행 계정을 연결해준다. 예컨대 온라인 송금 앱 사용자가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다른 사람의 계좌로 돈을 송금하려 할 때 플레이드의 API는 송금 앱에 입력된 명령을 암호화해 은행에 전달하고, 다시 은행 계좌 내 정보를 송금 앱에 돌려보내는 통로 기능을 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핀테크 앱 개발자라 하더라도 수많은 다른 핀테크 회사나 금융회사와 직접 통로를 개설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플레이드는 중간 통로 역할을 하면서 양쪽 끝의 고객사가 수월하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8년 만에 6조원 회사로

단 두 명이 창업한 회사가 그동안 유치한 투자 규모를 보면 페럿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창의적이면서도 명확했는지 알 수 있다. 플레이드는 2013년 구글의 280만달러 투자를 시작으로 2014년 뉴엔터프라이즈에서 1250만달러, 2016년에는 골드만삭스에서 4400만달러 투자를 받아냈다.

2018년 말에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이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27억달러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나 비자가 플레이드를 통째로 인수했다.

플레이드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미국 은행 계좌 보유자 4명 중 1명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플레이드의 기술을 활용할 정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플레이드의 API를 활용하는 핀테크 서비스로는 송금 앱 벤모, ‘수수료 제로’를 내걸고 급성장 중인 증권거래 앱 로빈후드, ‘잔돈 자동 투자’로 주목받고 있는 에이콘스, 로보어드바이저 베터먼트 등 수십 개에 달한다.

페럿은 “은행 계좌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은 엄청나게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이나 여행, 쇼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플레이드의 API를 쓰면 훨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현재 그런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션에 집중하라”

페럿은 젊은 나이에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키면서도 자신이 초기에 세운 경영 철학을 꾸준히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강조하는 첫 번째 원칙은 ‘명확한 미션을 정하고, 그 미션이 모든 일을 이끌도록 하라’는 것이다.

페럿은 “설립 초기에는 핀테크 앱을 직접 개발하려고 했다. 그럴수록 소비자 금융 계정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우리는 ‘돈거래를 쉽게 하자’는 미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핀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페럿이 강조하는 또 다른 원칙은 ‘인재가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플레이드는 전체 직원의 10% 이상을 인사 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플레이드는 쟁쟁한 정보기술(IT) 기업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인재 자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럿은 직원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이 약속하고 더 많이 제공하라’고 주문한다. 가혹한 요구임에도 우수한 직원이 계속 들어오는 것은 언제나 ‘돈거래를 쉽게 하자’는 미션에 동의하는 최상의 인재만 뽑기 때문으로 업계에선 분석한다.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함량 미달의 인력을 채용했다가 회사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일을 사전에 방지한 덕분에 ‘우수한 인재에 끌려 우수한 인재가 또 들어오는’ 회사가 됐다는 얘기다.

페럿은 또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준비할 것’을 항상 강조한다. 플레이드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핀테크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연결’ 문제를 해결해준 덕분이다. 페럿은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핀테크 고객사들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불편을 해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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